이달의 책

내 주변의 난민과 나의 삶

김기남 외, 난민, 난민화되는 삶(갈무리)

이혜진(시민참여자)

 

한국사회에 난민에 대한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언제일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난민 문제가 TV 너머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2018년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들이 방송을 타게 되면서부터 라고 생각한다. 약 500명의 난민들이 제주도에 도착했고 보도방송이 나간 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들을 거부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그리고 불과 며칠 되지 않아서 서명은 18만 명을 돌파했고 찬반논쟁을 비롯하여 이런 도의적인 문제에 찬반을 붙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들이 각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난민들이 과연 2018년 전에는 없었을까. 제주도에 도착한 500여명의 난민들이 한국에 도착한 첫 난민일까.

내가 사는 여수에는 외국인 출입국 사무소가 있다. 기사를 찾아보니 1982년에 월남 난민 65명이 도착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2019년에도 난민인정신청과 관련하여 출석해달라는 공고가 올라와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알지 못했을 뿐 난민은 우리 곁에 있었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단지 내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지워진 것처럼 보였을 뿐,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난민 자격을 얻기 위해 하루하루 초조해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 책을 고른 것은 난민과 여성 난민과 장애 난민과 성소수자와 같은 다수와 소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난민이 아니고 내가 소수가 아니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사회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읽게 되었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보잘 것 없었는지 내 시야가 얼마나 좁았는지 느끼게 됐다.

먼저 난민자격을 얻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2018년도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약 3%로 난민법 시행 이후 단 한번도 5%를 넘지 못했다고 한다. 1천명이 난민자격을 신청을 하더라도 셋만이 겨우 난민 자격을 인정받아 한국에서 살아갈 수 있단 의미였다. 난민 심사역시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난민 자격을 신청한 사람들은 난민 신청자로서(G-1비자가 발급된다) 난민 자격이 허락되기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한다.

그러나 난민 신청 이후 6개월 동안에는 취업이 금지되어 있다. 난민 자격을 얻기 위해 겨우겨우 한국에 왔는데 심사를 하는 6개월 동안에는 일을 할 수 없다니. 그렇다면 생계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결국 이들은 원하지 않게 생계를 위해 불법 취업소를 찾아가게 되고 악순환이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심사기관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으며 나 역시 이에 동의하는 바다.

그러나 겨우겨우 난민의 자격을 얻었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바로 사람들의 시선이다. 난민 문제가 대두화되면서 각종 매스컴에서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들의 사진을 기사와 함께 올렸다. 그리고 거기에 달린 사람들의 댓글은 ‘난민답지 않다’ ‘가짜 아니냐’하는 손가락질이었다.

난민다움이란 무엇인가?

나보다 못 살고 낡은 옷과 다 헤져 지친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난민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가짜 난민과 진짜 난민을 구별하는 사이에 더 중요한 문제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경계해야 한다. 왜 난민들이 자국을 탈출해야만 했는지 그 과정에서 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지 왜 이런 악순환이 끊어지지 않는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며 함께 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난민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는 2019년 뉴스에 나왔던 인천공항 앙골라 난민이다. 난민 자격을 얻지 못하고 인천 공항 면세구역 내에서 몇 개월 째 지내고 있는 앙골라 국적의 가족에 대해서 사람들은 인천공항에 갇혀 산다고 표현했다. 해외에 나가기 위해 거쳐 가는 넓은 인천공항이 이들에게는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감옥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저자는 난민들의 삶이 자유로워 보이지만 자유롭지 못하고 평등해 보이지만 평등하지 못한 삶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해서 찾아본 난민 자격을 신청한 국가분류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나라들도 많았고 왜 이런 곳에서 난민 신청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게 만드는 곳도 있었다.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얼마나 무지했는지 얼마나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나도 무의식중에 난민들의 모습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경계해보게 되었다.

이혜진

여수 출생. 배우 정우성씨를 보면서 난민 문제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됨. 이 한 몸과 동거묘 두 마리를 건사하기도 바쁘지만 결국 함께 살아가는 세상, 어떻게 살아야 더 좋은 세상이 올지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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