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글숲

냉정과 정사이

나는 종종 학교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그날도 학교에서 제공하는 편리한 서비스에 감사하며 버스에 탑승했다. 하지만 그날 버스에서 생긴 일화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면서 생각에 잠기게 한다.

코로나 19이후 버스탑승은 좀 더 복잡해졌고 탑승예약은 필수며 탑승 전 예약확인에 발열체크 그리고 마스크 착용 확인까지 시간은 다소 걸리지만 안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긴 시간의 절차 때문에 늦어질까 걱정했지만 버스는 정시에 학교에서 출발했다. 버스가 학교를 빠져나와 시내도로를 타기 시작했고 나는 평소처럼 잠을 청해보려 눈을 감았다. 한 오 분쯤 지났을까 버스가 잠시 멈추는 느낌을 받았지만 교통체증이라 생각하고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가도 버스가 그대로 있는 것처럼 느껴져 눈을 떴는데 버스가 한쪽 길가에 정차해 있었다. 무슨 일이지? 고장이 났나? 아무런 안내도 없이 10여분이 지나고 있었고 버스는 여전히 출발하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어 기사님께 여쭈러 일어서려는데 때마침 문이 열리면서 한 중년의 남성분이 탑승을 했다. 서류봉투하나를 건네면서 어디어디에 전해달라는 말을 전하더니 버스에서 내려 사라졌다. 심지어 그분은 마스크로 쓰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버스는 다시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뭐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서류봉투하나를 전달받으려 30여명이 넘는 학생들의 시간을 10여분 이상 앗아가 버리고는 그 어떤 안내나 사과의 말 한마디 하지 않다니 불쾌감이 들었다. 더욱이 버스는 도착시간을 맞추려는 듯 평소보다 과속을 하며 달려가고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늦어진 이유에 대한 사과를 받지도 못하고 과속하는 버스로 인해 안전을 보상받지 못해야하는 불편함만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에서 난 그 어떤 제기도 그 누구도 불평하나 없었다.

왜 우리는 따지지 못하는 것인가? 왜 우리는 이런 불합리성에 관대한 것인가 관대해진 것인가? 인정 많은 나라의 국민이라서?

‘정’이라는 단어는 그 어떤 나라의 언어로도 한단어로 번역하기 힘든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화이다. 논리적인 설명보단 감정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 ‘정’문화이다. 자라면서 자연스레 내게도 자리하고 있었고 그러기에 내 스스로도 어른들의 일에 따지고 든다는 것은 너무 냉정하고 버릇없는 젊은이라 비춰질 수 있다는 선입견이 자리하고 있었나보다. 하지만 ‘정’을 둘러싼 이런 감정들이 요구하는 ‘이해’가 불필요한 시간의 소비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10여분의 시간을 낭비해야하며 그로인해 정시에 도착하기 위해 과속을 하는 버스 안에서의 불안전성과 혹 그로 인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런 감정적 이해에서 벗어나 공과 사를 구분할 필요가 있고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사태나 상황을 바라보고 행동 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사적인 관계에서 정의 중요성을 살피는 만큼이나 공적인 관계의 합리성을 위해 냉정함을 장착해야 한다.

여기서 냉정은 상대나 상황에 대한 배려를 무시하는 이기적인 합리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냉정은 공적인 일에 관계되는 중요한 감정으로 공동체의 안전과 합리성을 추구하기 위한 합리적 감정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강민지 (시민기고자):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기전 잠시 휴학중인 관광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4학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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