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글숲

어린이에 대한 예의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나이지리아 속담이 있다. 이는 양육에 있어서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 차원의 협력과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4차 산업 혁명이라 불릴 만큼 눈부신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는 현재, 대체 무슨 고리타분한 소리인가 싶겠지만, 나는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인식의 재고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11월, 한 초등학생이 ‘하쿠나 라이브’라는 온라인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여 스마트폰으로 무려 1억 3000만 원 가량의 금액을 결제한 일이 있었다. 아이는 어머니의 핸드폰을 이용하여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현금 아이템을 결제하여 BJ에게 ‘쏘았다.’ 스마트폰은 어머니의 통장과 연동되어 있었고 그렇게 일가족의 전셋집 이사를 위해 모아둔 보증금은 순식간에 빠져나가게 되었다. 상황을 파악한 아버지는 하쿠나 라이브를 비롯하여 구글 본사, 카카오페이 등 관련 기관에 긴급히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 ‘정책에 의해 환불이 불가능하다’라는 답변뿐이었다. 결국, 아버지는 후원금을 받은 BJ의 SNS를 통해 개인적으로 접촉하여 일일이 환불 약속을 받아내야 했다. 그러나 한 BJ는 후원금 4,000만 원을 이미 사용하여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고수하며 이에 응하지 않았고 하쿠나 라이브 측은 본 거래에 대해 어떤 책임도 없다는 말을 반복하다가 논란이 커지고 나서야 후원금 전액을 환불하기로 했다.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고 한들, 그 가족들이 겪어야 했을 심적인 고통을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아이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방송을 접하게 되었다. BJ가 고액 후원자를 ‘회장님’으로 대우해 주는 것을 보았고 존경하는 BJ의 ’회장님‘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이 사건을 다룬 기사문에는 회사 측의 부적절한 대응을 비판하는 내용의 댓글이 압도적이었으나 “부모 고생을 모른다.”, “금전거래의 무서움을 깨달았을 테니 비싼 교육이라고 생각해라.” 등 아이의 책임을 묻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응보적 논리를 적용하기에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진 않는가? 아이니까 철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선망하는 집단에 속하길 바라는 것은 어른도 뿌리치기 어려운 욕망이지 않은가. 아이는 며칠간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도 못했다. 아이가 앞으로 사람과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교훈으로 삼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경험이다. 우리는 11살 아이가 10일에 걸쳐 1억 3,000만 원을 결제하는 동안 이 거래를 통제할 장치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련의 양상과 다른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면서 혼란이 야기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아이들이 부모의 명의를 이용해 막대한 금액을 결제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상업적인 매체에 쉽게 노출되고 있지만, 현행법상 이러한 결제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데다, 오히려 부모의 관리 책임으로 귀결되기 쉬운 까닭에 실제로 금액을 환불받기 매우 어렵다. 가파른 변화 속에서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이 가치관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흐름 앞에서도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더 약한 존재를 보호하는 것이다. 아이는 아이답게 철없이 자라야 한다. 아이가 철없이 자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것은 철든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철없는 어른들의 일에 아이들을 끌어들이지 말자. 그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지켜야 할 가장 기초적인 예의(禮誼)다.

 

2021년에는 희망찬 일이 가득하길 바라는 시민 – 장금민

노둣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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