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글숲

내아이의 안전한 세상

우리집 4살짜리 아들은 내가 분리수거를 하러 갈 때나 잠깐의 외출도 같이 가야 하는 그야말로 ‘엄마 껌딱지’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코 앞에 위치한 곳에 분리수거 및 볼 일을 보기위해 현관문을 나서려는 찰나,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왔음을 깨닫고 잠깐 집으로 들어간 사이에 4층에 도착한 엘레베이터를 아들 녀석은 자연스레 탑승했고, 내가 탑승하기도 전에 문이 닫히자 이녀석의 울음은 온 아파트에 울려 퍼졌다.

아뿔싸!

‘4층이었기 망정이지, 보다 높은 곳에 살았더라면 따라가기 힘들었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부리나케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1층까지 내려가는 그 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1층에 도착했을 땐 늘상 마주치는 이웃 할머님께서 아들 녀석에게 말을 걸어주고 계셨고 아들은 “엄마를 잃어버렸어요.” 하며 닭똥같은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놀랐을 아이를 안아주며 진정시키는데, 이녀석의 첫마디는 “엄마, 미안해요.”였다.

직감적으로 본인도 자신의 잘못이라 느꼈을 터. 어느 정도의 말귀를 알아먹었을 무렵부터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 것, 엄마 없이는 낯선 곳에 가지말 것, 위험에 처했을 땐 경찰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을 시시때때로 일러주곤 한다. 그도 그럴것이, 요즘 뉴스에선 조두순의 출소일이 얼마 남지 않았고 그의 출소에 불안감을 느낀 피해자의 인터뷰에선 맘 같아선 그를 피해 이사를 가고 싶으나 여건이 그렇질 못하다고 했던 것을 접했을 땐 절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찰나였지만 잠깐의 상황에서도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데, 실로 그 아픔의 무게를 오롯이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의 마음을 어찌 다 형언할 수 있을까. N번방사건, 아동학대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각종 범죄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아이들.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배움에 정진하고 그에 발맞추어 꿈이라는 걸 온전하게 꿀 수 있을까. 내 아이가 살아가야 할 앞으로의 세상이 제도적, 법적으로나마 안전함을 보장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품으면 사실 불신이 앞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넓은 세상으로 이끌기보다 전전긍긍하며 점점 작은 울타리에서 간신히 아이를 보호해 나가는 것 같다.

어렸을 때 나는 어른다운 어른으로, 적어도 해를 끼치지 않고 배움을 줄 수 있는 가치있는 어른이 되고자 했다. 부모가 되어보니 그러한 갈망은 더욱 커졌는데, 실로 우리 아이가 자라는 세상은 좀 더 안전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육에 있어서 안전한 보호는 부모에게 요구되는 것이겠지만 어떠한 사건 사고를 겪었을 때 그 문제를 부모의 부주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전 예방법 강구나 사후 엄정한 처벌 등과 같은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바다에서 아이와 뛰놀며 육아하는 30대 주부-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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