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글숲

타인에 대한 기대감과 당연함의 사이에 대하여

사람은 나 자신과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기대를 하고 이를 은연히 드러낸다. 자신 스스로 미래에 대해 기대를 하며 살아가는 것은 동기부여의 원천이 되고 내일을 살아가기 위한 활력이 된다. 그러나 그 기대감이 내가 아닌 남에게 발현되고 그 기대감이 이내 실망으로 바뀌면 타인에게 짜증을 내고 심지어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인간관계의 절연을 선언하기도 한다.

이렇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내게 가끔 푸념하곤 한다. 이때 나는 항공기의 ‘Redundant fail-safe’라는 설계 개념에 대해 말해주곤 한다. Fail-safe는 항공기의 구성품이 망가지는 경우(fail) 똑같은 구성품을 하나 더 탑재하여 항공기가 비행 중에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safe) 하는 설계개념이다. 이 설계개념을 통해 항공기를 타는 조종사와 승객은 고장이 나더라도 안심하고 비행을 할 수 있게 한다.
뜬금없이 항공기의 설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에게 같은 개념을 적용해 생각해보면,
상대와의 관계에서 그 기대감이 무너졌을 때(fail) 정상적으로 내 몸과 마음이 작동할 수 있도록 미리 또 하나의 상황을 만들어 놓는 방법(safe)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회사에서 내가 부사수에게 내일 오전까지 어떠한 작업을 끝마치라고 이야기했는데 부사수가 그 일을 해내지 못했다면 나는 화가 나 추궁을 할 것이고 그런 반응은 결국 부사수뿐만 아니라 나도 기분이 상하게 될 것이다.
이때 Fail-safe의 개념을 내 마음에 적용해보자. 부사수에게 작업을 끝마치라고 이야기했을 때 처음부터 부사수가 일을 못 할 수도 있음을 고려했다면, 일을 해내지 못했을 때 “그럴 수 있지”, “바빠서 못 했나 보다” 라고 생각할 수 있고 결국 얼굴 붉힐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예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대부분 갈등이 기대감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기대감, 직장 상사의 직원에 대한 기대감 등 수많은 타인에 대한 요구가 우리의 화를 돋운다. 이럴 때 그 기대감이 나의 개인적인 욕심이고 나의 기대감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인정한다면 대부분의 갈등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혹자들은 뜬구름을 잡는 이야기, 성인들이나 할 이야기라며 평가 절하한다. 그러나 이는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상대방도 인간이며 실수를 할 수 있고 실수가 아니더라도 그 사람이 안 하거나 못 할 수 있음을 인정하며 살아간다면 타인에게 당연함을 벗어나 남과의 관계에서 상처받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항공정비를 전공하고 항공사에 근무하였음. 코로나로 인해 접힌 날개가 다시 펼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음 – 전승재

노둣돌

전남대학교 지역인문학센터 입니다. jnuinmun@inmuncenter.org / 062-530-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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