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도시의 사라진 뒷골목
광주라는 도시가 어색하게 느껴졌던 때가 기억났다. 분명히 그리 좋은 일자리도 없고 대기업이 많은 도시가 아닌데 왜 이렇게 돈쓰는 곳이 많을까. 화려하게 꾸민 가게들이나 프랜차이즈가 왜 이렇게 많을까. 상무지구나 수완지구는 밤에 어떻게 저렇게 불야성일까. 소비도시로서의 광주에는 어딜 봐도 돈을 벌 곳이 눈에 띄지 않는데 자꾸만 돈을 쓸 곳만 넘쳐난다. 보이지 않는 어떤 곳이 있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광주에 3000개의 성매매 업소가 있다고 하고, 한 업소당 10명의 여성 노동자가 근무한다고 해보자. 그들이 하루에 10만원을 번다고 한다면, 하루에 3,000,000,000, 즉 30억이라는 돈이 성매매업소로 들어간다. 1달에 900억이다. BTS는 2019년 6월 투어로 1달간 940억원을 벌었다고 하고, 2014년 출시되어 돌풍을 일으켰던 허니버터칩 2015년 연매출이 900억원 정도였다. 광주의 지하에서 매월 BTS가 글로벌 투어를 하고 있다고 하면 광주의 이 겉모습이 약간 이해가 된다.
광주의 화려한 겉모습을 보여주는 중심가로는 충장로, 금남로(황금동, 장동)가 대표적일 것이다. 그 윗동네에는 요즘 ‘핫플(핫플레이스)’인 동명동 그리고 지산동이 있다. 내가 다니던 중, 고등학교는 지산동에 위치했고 그 근처에는 광주지방법원이 있었다. 지산동에는 여러 개의 중, 고등학교와 조선대학교가 있다. 지방법원을 기준으로 그 앞으로 내려가다 보면 지산사거리가 나오고, 지산사거리를 넘어가면 동명동과 광주 시내가 나온다. 지방법원 뒤로 넘어가면 지산동 주거지역과 동산초등학교가 있고, 계속 도로를 타고 올라가면 무등산으로 갈 수 있다. 무등산자락에는 신양파크호텔, 무등파크호텔과 지산유원지가 위치한다.
그런데 법원 뒤쪽 지산동을 돌아다니다보면 어떤 낯선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너무나 동네가 스산하다는 것이다. 특히 동산아파트 부근의 구역은 집다운 집이 아니라 오래되고 낡은 원룸, 빌라들이 즐비하고 상점들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과연 이 동네에서 사람이 살긴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대나무를 길게 세운 무당집, 점집들이 많이 있고 사람들이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 그 동네 더 너머로 올라가면 낯부끄러운 포스터(지금도 기억나는 영자의 전성시대)들을 붙여놓은 전면 유리로 된 업소들이 있었다. 지금은 예쁘게 꾸민 카페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도 그 업소들의 흔적은 남아있다. 나는 등굣길에 그 길을 지나는 버스를 타면서 지겹게도 그 풍경들을 보았다. 어쩌면 저런 곳이 차가 다니는 길가에 있을까하고 생각했고 저 가게가 언제쯤 없어질까 궁금했지만 신기하게도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되도록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 거리는 절대 내 발로 걷고 싶지 않은 거리였다.
화려한 도시와 뒷골목이 십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 쌍이었지만, 지금은 좀 더 달라진 것 같다. 뒷골목은 사라지고 도시는 점점 더 밝혀지고 있다. ‘업소’들은 도시공간 대신 인터넷 공간에서 더욱 밝은 불빛을 밝히거나, 혹은 길 걷는 행인의 눈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 들어간다. 뒷골목 없는, 구석구석 환하게 빛나는 도시를 찍는 일은 그래서 간혹 위험한 일이 된다. 도시에서 길을 걷다 사진을 찰칵, 찍으면, 익명이었던 사람들은 갑자기 여기를 의식하고 의심스러운 눈길을 던진다. 도시를 풍경처럼 지나치던 사람들이 갑자기 던지는 약간 불쾌한 듯, 혹은 언짢은 듯한 눈길에는 도시의 화려한 환상을 그저 환상인 채로 놓아두라는 의미가 들어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김주임 (시민기고자): 업무중인 3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