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질환을 앓는 가족과 함께 공존하기
<리베카 울리스, 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서울의학서적)>
김예슬(시민참여자)
얼마 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남양주 존속 살인 사건에 대해 다룬 바 있다. 이 사건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아들에 의한 존속 살인이었는데 살인이 발생하기 전 수없이 많은 예고가 있었음에도 막지 못한 불행한 사고였다.
흔히 정신 질환이나 조현병이라고 하면 나와는 다른 세계의 일이고 내 주변에는 질환자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송에 의하면 조현병의 실제 유병률은 100명에 1명이고, 4인 가구라고 치면 25가구 중에서 1가구, 즉 우리가 사는 아파트의 1가구에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있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을 것으로 파악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환자들은 숨어있고 그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치료와 도움을 받지 못하니 정신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며 방송은 끝난다.
이 방송을 보고 놀랐던 부분은 조현병의 유병률이 100명 중의 1명이라는 점이었다. 100만 명도 아니고 100명 중 한 명이라며 우리에게 친근한 아파트 단지에도 환자가 있을 수 있다니 놀랍기도 하고 어째서 그들을 만나지 못했는지 궁금하던 찰나 이 책을 보게 됐고,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과 가족을 위한 안내서라는 안내 문구에 끌려 읽게 됐다.
이 책은 생소한 정신 질환에 관한 내용임에도 글과 예제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질환자의 증상과 증상에 대한 일반인의 반응이 어째서 유리되는지, 그럴 때는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섬세하게 길잡이를 해주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정신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은 환각과 망상이 있지만 이뿐만 아니라 우울과 무기력처럼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경우에 대해서도 가족들이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빨리 이 책을 읽었더라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부모님이 상실감으로 고생하셨을 때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게 됐다.
그때에는 단순히 옆에 있으면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리라 생각하고 버텼지만 책에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되 가족이 함께 우울해지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현실적인 계획과 대처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족이 함께 우울해지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내 정신이 건강해야 함께 있는 가족도 죄책감이나 우울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조부모의 상실 뒤 우울감에 예민해져있는 부모님과 대화하며 때로는 나도 상처받고 힘들 때도 있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고 조금 더 빨리 공부했더라면 보다 긍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함께 들었다.
사람은 매일같이 즐거울 수 없고 매일같이 건강할 수 없다. 건강한 운동선수도 감기에 걸릴 때가 있는데 우리의 정신도 어찌 매일같이 건강할 수 있을까. 이처럼 정신 질환은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님을 인식하고, 정신질환자에게 사회적인 낙인을 찍고 배척해야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치료하고 도우며 이겨나가야 하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육체적인 질환과 달리 정신적인 질환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대하고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어려움을 느낀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지만 이 책을 통해서 조금 더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도움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 또한 정신 질환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고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적절한 사회기반시설 및 제도의 도입과 개인들의 사고의 전환을 바탕으로 함께 공존하며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길 바란다.
김예슬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며 공존하는 세상이 오기를 희망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