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귀신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

<전혜진, 여성, 귀신이 되다(현암사)>

 

김유경(시민참여자)

 

어릴 때 콩쥐와 팥쥐, 장화와 홍련 같은 옛날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나쁜 짓을 하면 언젠가 벌을 받는다는 교훈만을 생각했지, 거기에서 여성의 삶을 읽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권선징악의 교훈뿐 아니라 문학과 설화 속에 숨겨져 있는 여성의 삶을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시대를 주도했던 성리학적 관점을 통해서 해석한다.

2021년 현대에도 여성은 하루가 다르게 일어나는 데이트 폭력과 N번방과 같은 성범죄에 노출되어 몸가짐을 조심히 하라는 손가락질을 받는다. 가해자가 그런 폭력적인 행동을 할 여지를 줬다는 어불성설적인 논리 때문에 여성들은 피해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보다 더 눈치를 보며 살아간다.

이는 조선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여성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자결해야 했고 연심도 욕망도 쉽게 드러낼 수 없었다. 성리학이 대두되면서 여성이 자신의 연심을 드러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견고한 남성 중심 사회이자 가부장제 환경에서 여성은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쉽게 말할 수 없다. 아들을 낳지 못한 며느리는 집안의 식구로 인정받지 못했고, 딸은 아들보다 뒷전이었으며 정실과 첩의 관계에도 분명한 상하와 압박이 존재했다. 절대적인 약자로 있을 수밖에 없던 여성은 이 과정에서 귀신이 되고 괴물이 되었다.

인상 깊었던 이야기 중에 하나는 장화와 홍련에 대한 이야기다. 아버지 배 좌수에게는 두 딸이 있었는데 큰 딸인 장화는 계모 허 씨의 모함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 죽임을 당하고, 둘째 딸인 홍련은 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죽음으로 결백을 증명하고자 한다. 원님이 장화와 홍련의 원혼을 풀어줄 때까지 이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밤에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나쁜 짓을 하면 언젠가 벌을 받는다’가 아니라 아버지 배 좌수는 딸이 모함을 당하고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무엇을 했냐는 것이다.

콩쥐와 팥쥐 역시도 마찬가지다. 아버지 최만춘은 이름만 등장하지 계모가 딸을 괴롭히는데 딸들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않는다. 이런 세계에서 원님은 괴롭힘 당하던 이들을 원한을 해결해주고 계모를 징벌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

이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계모와 전처의 딸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인데 책에서는 계모의 악랄한 행동 역시 계모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현실에서도 아동 폭력이나 가정 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먼저 어머니를 비난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계모일 경우에는 그 비난이 더 거세지며 계모니까 당연히 전처의 아이를 싫어할 것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씌운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는 제외되며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어머니의 비난에 가려지곤 한다. 모든 문제를 계모 탓으로 돌리며 사회적·구조적인 문제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사회적·구조적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약자가 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금껏 생각해보지 않았던 옛이야기에 얼마나 많은 여성의 고통이 담겨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고 과거와 지금이 얼마나 다른지 되짚어 보게 되었다. 미래에는 여성들이 받는 사회적·구조적 문제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김유경

문화노동자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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